- 2022 상반기 회고를 한다.
1.들어가기
회고라는 것을 쓰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것 같다. 뭔가 공개된 곳에 내 히스토리를 적는게 INFJ인 나에게 있어서 상당히 부담이기도 했고, 뭔가 인스타그램마냥 보여주기에 치중이 된 개발자들의 문화같았다. 그래서 구글링을 통해 여러 사람들의 회고록을 구경했다. 회고를 해서 무엇을 얻는지 궁금했다. 근데 뭐 회고라는 게 딱히 정해진 틀은 없는 거 같다. 어쨋뜬 회고에 대해 많은 개발자들이 좋다고 얘기하고 있고 일단 매년 2번씩 상반기, 하반기로 써볼 예정이다.
2.돌고 돌아 개발자가 되기까지
요 근래 왜 개발자 되었냐는 질문을 두어번 받으면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한다.
개발자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고등학교 친구들이다. 나 포함 3명이서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들인데 3명다 비전공자다.참고로 나는 다른 직무였고 개발자와는 전혀 상관 없는 직무이고 직종이었다.
어쨋뜬 그 중 한 명이 먼저 학원을 다니고 개발자가 되었다. 그 친구가 개발자가 된 이후에도 몇년동안은 개발자에 대한 생각이 딱히 없었다. 그러다가 궁금해서 그 친구한테 책을 빌렸는데, 변수부터 막혔다. 애초에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정립이 안 되니 왜 변수를 쓰지?라는 질문에 막혀 30분 정도 보다가 덮은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시간이 또 지났고 어느 시기에 내 일에 대해 회의감과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어쨋뜬 재밌는 일을 찾고 싶었다. 원래 공공기관을 준비했는데 면접에 떨어지고 나서 이것저것 찾다가 개발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2018년 7월정도에 생활코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한 번 HTML 강의를 들어봤다. 오..쉽다고 느껴졌다. 애초에 자바 같은 언어가 아닌 마크업 언어부터 시작하니 화면 바뀌는게 재밌었다. 그렇게 2018년 8월부터 6개월 간 java관련 국비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학원에서 만난 일부 친구들은 아직도 개발적인 내용에 대해 단톡방에서 공유 등을 같이 한다. 힘든 시기였던 만큼 즐거운 기억이 꽤 많다. 같이 밤늦게 공부하고 떡볶이나 햄버거 먹으러다니고..
수료 후 2019년 4월 중소규모 SI 회사에 입사했다. 회고해보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SI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나, 당시의 내 생각은 좀 달랐다. 현실적으로 서비스회사 입사는 힘들고 코딩 익숙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SI에 가서 많은 프로젝트를 하며 빠르게 손과 몸이 숙달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은 70% 정도 맞았던 것 같다.
어쨋뜬 들어가서 초반 1년 정도는 꽤 혼나고 자신감이 바닥이었다. 그 때 나랑 자주 프로젝트를 하던 선배 2명이 있는데, 한 명은 동갑내기로 혼내던 타입은 아니었으나, 나머지 한 명이 상당히 불같은 성격이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형 덕분에 내 성향, 성격을 파악하고 이직에도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 나를 파악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었다.
- 자신감이 떨어지면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 정신적 스트레스로 골골대며 유튜브나 책을 찾아본다(?)
- 유튜브에 정신관련된 유튜버들을 구독하고 에너지를 찾는다.
- 좋은 말이나 힘나는 말들을 적어두고 레벨을 올리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달린다.
- 목표는 다양하다.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내 개발실력도 포함된다.
- 사람은 그 선배였던 것 같다.
- 출근 전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한다. 퇴근하고 힘 남으면 공부한다.
미라클모닝이라는 단어를 이 때 알게 되었고 나 말고 더 압도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은 걸 깨달으며 아침 출근 전에 공부를 했던 것 같다. 이 때 묵히던 토비의 스프링 vol1도 다 보게 되었다.
어쨋뜬 미라클모닝의 대가로 알려진 분이 계신데 유퀴즈에도 나온 분이다. 김유진 변호사라는 유튜버이자 변호사 분은 미라클모닝을 엄청 잘 하시는 분이다.
https://youtu.be/IBmlrM7b7-E
이 분처럼 4시30분에는 못일어난다. 시도해봤는데 일단 저녁에 할 일 하고 여자친구랑 좀 얘기하고 그러다보면 못해도 11시이다. 불면증이 있는 타입이라 빨리 잠들어도 11시 30분이다. 이러면 5시간 밖에 못잔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목표는 5시 30분으로 하고 있다.(못지킬 때가 많다.)
어쨋뜬 이 때 선배 2명은 먼저 퇴사했다. 미운정 고운정 다 들어 퇴사한다니 막상 시원섭섭해서 며칠간 생각이 많았다. 같이 저녁에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일상적인 얘기도 꽤 많이 나눈 사람들이었다. 갈굼담당 형도 나에게 주기적으로 미안함을 표현하긴 했고, 자신의 불같은 성격 때문에 여러 사람이 피해본다면서 고치려고 노력한 모습도 보여줬다. 자기객관화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버틴 것도 있던 것 같다.
이 당시에 선배 말고 PL역할 해주는 부장님도 계셨는데, 갈구진 않았지만 은근히 술먹을 때마다 잘하라며 갈궜다. 이 때도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 이사람 생각은 바꾸고 나가겠다는 생각이 컸다.
이후 이 선배들이 퇴사하고 프로젝트들에서 꽤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위에 언급한 부장님이 늘어난 실력에 대해 인정을 해주었고 프로젝트의 기여에 대해서도 인정을 해주었다.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 미안하다'고 얘기할 때 본격적으로 이직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 si회사는 내 개발자 첫걸음을 가능하게 해준 회사였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많이 주었지만, 이직할 발판도 마련해준 회사다. 퇴사할 때 즈음에는 동기들이나 다른 선배, 부장님, 부사장님, 사장님도 축하해주셨다.
이렇게 개발관련 첫회사는 2년 10개월을 채우고 나오게 되었다.
3.이직 후
첫회사의 5번째 프로젝트가 70%정도 진행되고 여유가 조금 생겼을 때, 나는 슬슬 본격적으로 이직 준비를 했다. 파이썬 알고리즘 책을 사서 공부했고 CS관련된 공부 등을 했다. 스프링 공부도 꾸준히 했다. 어쨋뜬 2번의 면접기회가 있었다.
첫번째 회사는 상승세는 아니지만 유명한 서비스회사였고, 두번째 회사는 유명한 대기업 자회사였다.
첫번째 회사에서는 기술면접을 탈탈 털리고 피드백받아 두번째 면접본 회사로 2022년 2월에 이직을 했다.
사실 첫번째 회사가 더 끌렸고 두번째 회사는 고민이 많았다. 대기업 계열사라는 메리트는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서비스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두번째 회사로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복지도 좋고 배울 것도 너무 많다. 코드리뷰 문화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코드리뷰도 하고 기술적인 세미나도 주기적으로 한다. 재택근무가 메인이다. 연봉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성과급이나 복지포인트, 복지비 등으로 조금 더 커버가 되긴 하는 것 같다. 연봉의 아쉬움은 더 열심히 하겠다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도록 노력중이다.
여기서는 운영업무도 하고 프로젝트도 같이 한다. 내가 걱정했던 부분은 '대기업 들어가면 운영만 하고 개발할 기회는 많이 없지 않을까?'였는데, 오히려 전 회사보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밀도있게 하고 운영업무까지 한다. 솔직히 지금 다 소화를 못하고 있다.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운영관련 업무나 서비스들에 대한 파악도 어설프게 되어 있다. 용어들도 아직도 잘 모르는게 많다.(반성)
지금 입사 4개월이 조금 넘었다. 아직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슬슬 부스터를 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과 같은 흐름으로 가면 계속 회사나 업무에 끌려다니는 느낌이 강하게 들 것 같다.
항상 개인공부랑 회사관련공부의 비중을 맞추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 회사에서 잘 성장해나갈 생각을 확정했으니, 개인공부 비중을 조금 낮추더라도 당분간 회사관련공부를 더 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결국 회사 공부가 내 개인 공부랑 연결되기도 한다. 개발자는 이런 게 장점이기도 하다.
4.스트레스가 높아진 이유
1)개발 관련 스트레스
내 기준으로 좋은 회사에 입사했으니 스트레스가 덜 할 줄 알았으나, 스트레스가 굉장히 높다.
일단 입사하자마자 한 2주일동안 사수한테 업무인수인계 기간 지나고 바로 재택근무로 돌입했다. 몸은 편하나 적응이 쉽지 않았고 모르는 것들에 대해 물어보는 게 힘들었다. 메신저로 물어볼 수 있지만 직접 질문하면 5분 걸릴게 20분 이상 걸릴 질문으로 바뀌었다. 업무에 어느정도 적응된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면 아주 꿀일 것 같은데, 바로 재택근무를 하니 상당히 힘들었다.
어쨋뜬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 재택근무는 회사의 기본 근무방식이니 재택근무에서 최적의 업무 효율을 만들어내야 한다.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다.
결정적으로 스트레스가 높아진 첫번째 원인은 내 실력에 대한 고민이었다. 전 회사에서 어느정도 자신감이 높아졌으나, 기술면접을 보고 들어와서 일해보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실력은 그 때보다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자신감은 떨어진다.
지금 연차면 슬슬 자신감이 상승하는 시기일텐데 왜 떨어질까?
-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
- 상황별 대처방법을 아직 잘 모른다.(스케줄러 서버 오류시 빠른 대처 방법 등)
- 재택근무라서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들이 쉽지 않다.
결국 업무를 모르는 데에서 기반하는 것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 업무 이해도를 높인다 -> 업무에 대한 공부(모르는 것)를 퇴근 후 1개씩이라도 매일 정리한다(아이패드 활용)
- 개인 공부를 못한다는 스트레스가 생길텐데, 개인 공부는 아침에 하거나 퇴근하고 업무공부를 빨리 끝내면 1시간 정도라도 한다.
2)개발 이외 스트레스
개발 이외의 스트레스도 큰 편이다. 내년에 결혼을 할 예정이고 준비를 하고 있다. 준비는 꽤 잘되고 있고 싸우지도 않고 있지만, 그래도 계속 준비할 것들이 생기고 일적인 시간과 조율하는 것도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7월에는 휴가를 꽤 써야하는데 휴가는 자유롭긴 하지만 바쁜시기에 휴가에 대해 얘기하는게 맘이 편하진 않다 항상..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잘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러다보니 또 돈도 쭉쭉 나가고 있다. (리틀최수종이 되려한다)
좋으려고 결혼하는 거지만 부담감이 상당하긴 하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관리하려고 또 유튜버님들의 힘을 많이 빌리고 있긴 하지만 얼른 잘 끝났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발목골절이 되었다. 뛰어놀다가 두두두둑! 30m 정도의 거리에 있던 여자친구가 그 소리가 들렸다고 할 정도였다. 소리와 함께 견열골절이라는 게 되었다. 인대에 붙어있는 뼛조각이 빠졌다나 뭐라나..지금은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는데 결혼할 시기에 다치니 이것도 꽤 스트레스인듯..
아 집도 얼른 구해야한다. 이게 끝판왕인듯 지금보니ㅡㅡ
3)스트레스 정리
스트레스들과 스트레스 처리법들을 다 정리해보자면,
- 업무 이해도가 낮아서 스트레스 -> 퇴근 후 조금씩 공부
- 결혼 준비 -> 시간과 돈(..)이 해결
- 발목골절 -> 시간과 관리와 결국 돈(..)
- 집 준비 -> 시간과 돈(..)이 해결
내가 내 힘으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업무 이해도 높이는 것과 시간이 지나면 어느정도 해결되는 것들이다. 스트레스 관리 잘 하자!
5.잘한점과 못한점
2022년 상반기의 회고니까, 이번 상반기에 잘한 점과 못한점을 정리해보자.
1)잘한점
- 이번 API 개발 하면서 단위테스트를 업무시 어느정도 잘 활용하게 되었다.
- 코드리딩이나 개발시 컴퓨팅적 사고훈련을 많이 했다. 시간 압박이 생기거나 초조해지면 생각이 뒤엉킬 때가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생각하는 훈련과 손으로 정리하는 훈련을 많이한 것 같다.
- 김영한님 스프링 강의를 꾸준히 보고 정리하고 있다. 정리하는 방법에 대해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강의로 계속 얻어가는 게 있다고 느낀다.
2)못한점
- 업무시 모르는 것들에 대해 바로바로 안 물어본 것들이 많았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상당히 큰일이기도 하고 나중에 물어보면 배우는 속도가 느리다. 모르는 것들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말고 바로 물어봐야겠다.
- 책을 많이 못읽고 있다. 자바의정석 재회독, 클린코드, 이펙티브 자바 등 읽어야할 것들이 쌓이고 있다.
6.앞으로 나아갈 방향(하반기 목표)
위의 잘한점, 못한점과 연관해서 생각해봤다.
- 단위테스트를 넘어 TDD를 적용하려고 노력하자.
- 컴퓨팅적 사고훈련을 꾸준히 하자. 내가 개발한 것들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질문이 들어와도 손쉽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짠 코드에 대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 김영한님 강의를 꾸준히 듣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강의이면서 정신적 멘토라고 느껴진다.
- 업무나 개발적인 모르는 것들에 대해 바로바로 질문하고 확실히 알고 넘어가자.
- 자바의정석, 클린코드, 이펙티브 자바 중에 최소 1권이라도 올해 다 읽고 정리하자.
- 결혼준비, 집준비 틈틈이 잘 해서 시간핑계 대지말고 공부 꾸준히 하자.
지금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꾸준히 계속 하자. 하반기 회고록에는 좀 더 만족스러운 결과들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최수종님 사진 출처 : https://www.kiho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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